“다산의 실학정신, 현대 평화예술로 이어지다” 강진에서 만나는 정약용과 손신의 시대정신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사상과 현대미술가 손신(1962~ )작가의 평화·공동체 예술이 시대를 넘어 200년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새로운 만남을 이루고 있다.
다산이 유배지 강진에서 현실을 직시하는 학문으로 시대 개혁을 모색했다면, 손신 작가는 현대미술을 통해 통일과 평화, 공동체 회복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탐구하며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진은 다산이 18년간의 유배 생활 동안 학문과 예술, 인간에 대한 성찰을 완성한 공간이다. 그는 다산초당에서 「하피첩」(1813), 「매조도 2폭」(1813), 「산수화」(1815) 등을 남겼다.
이들 작품은 단순한 서화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 공동체를 바라보는 실학적 세계관의 표현이었다. 백성을 위한 학문과 현실을 직시하는 실사구시 정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시대적 가치로 남아 있다.
손신 작가는 이러한 다산의 철학과 정신을 현대미술의 언어로 계승하고 있다. 대표작 「Accompany-A-04-27-09-30」(2018)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모티브로 제작된 작품으로, 분단을 넘어 통일과 화해를 향한 민족 공동체의 염원을 담고 있다.
‘동행(Accompany)’이라는 제목처럼 남과 북이 하나의 역사와 미래를 공유하는 존재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또 다른 대표작 「Movement-10-05-16-14」(2019)는 검찰개혁을 둘러싼 대규모 시민 집회의 현장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군중의 움직임과 사회 변화의 역동성을 포착하며 민주주의와 시민 참여, 역사 발전의 의미를 탐구한다.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시대가 직면한 갈등과 변화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다산의 실사구시 정신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신 작가는 미술가에 머물지 않고 2000년 베이징에서 열린 남북 문화예술회담에 남측 대표로 참석해 남북 문화예술 교류에 기여했다. 이후 통일·평화·환경 프로젝트와 문화예술 교류, 전시기획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예술과 인문학, 사회적 실천을 결합하여 공동체의 미래를 모색하는 작업은 그의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다.

그의 외가 역시 남도 문화예술 전통과 깊은 인연을 지니고 있다. 외조부 윤형진(1913~2005)목사는 윤선도, 윤두서 가문의 직계 후손으로 일본 태평양미술학교에서 수학한 뒤 신학의 길을 걸으며 만주, 평양, 전북 정읍·이리·익산·군산, 경북 성주, 개성 등지에서 개척교회 목회자와 부흥사로 활동했다.
90세가 넘도록 복음 전파와 선교에 헌신한 그의 삶은 예술과 신앙, 사회적 실천을 중시하는 가풍으로 이어졌다.
손신(손은신)작가는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1982년 입학)과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이후 정치학을 공부하고 현실 정치에도 참여해 왔다. 이러한 행보는 다산의 실사구시 철학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려는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예술과 학문, 사회 현실을 통합적으로 탐구하며 예술가이자 기획자, 평화·문화운동가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이러한 활동은 현실 참여적 지식인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계에서는 “다산이 학문으로 시대를 개혁하고자 했다면 손신은 예술을 통해 평화와 공동체의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며 “강진에서 꽃피운 실학정신이 21세기 문화예술 속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다산의 애민정신과 실사구시 정신이 손신의 공동체을 향한 대동세상과 평화예술을 통해 21세기적 의미로 재해석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손신 작가는 2026년 도록 『AGAINST(2015~2026)』를 통해 자신의 예술 철학과 작품 세계를 집대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