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 게임즈, 경복궁 선원전 편액 후원 환수
13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경복궁 유산
방경진 기자 = 조선 왕실의 신성한 공간이었던 경복궁 선원전에 걸려 있던 편액이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왔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라이엇게임즈의 후원을 받아 일본에서 이 유물을 환수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편액은 건물의 이름을 새겨 걸어두는 액자로, 이번에 돌아온 선원전 편액은 가로 312cm, 세로 140cm로 상당히 큰 규모다. 검은 바탕에 금빛으로 새겨진 ‘선원(璿源)’이라는 글씨는 왕실을 옥으로 비유한 고대 중국 역사서 ‘구당서’에서 유래했다. 테두리에는 구름무늬와 보물 문양이 장식돼 있어, 왕실 건물 중에서도 격식이 높은 곳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
국가유산청과 재단은 문헌 조사와 전문가 평가를 통해 이 편액이 조선 왕실의 역대 왕 어진(御眞)을 봉안했던 선원전의 편액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선원전은 조선 왕실에서 왕이 직접 참배와 제례를 올리던 중요한 공간으로, 조선의 ‘뿌리’로 여겨지는 건물이다.
◇이 귀한 유물이 일본으로 간 이유는?
이번 환수 과정에서 가장 큰 미스터리는 이 편액이 어떻게 일본으로 반출됐는지다.
국가유산청과 재단은 지난해 일본의 한 경매에서 선원전 편액이 출품된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에 나섰다. 경매사 측은 “이 유물은 19세기 경복궁 선원전의 편액이며, 일제강점기 초대 조선 총독이었던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매사에 따르면, 데라우치 총독이 일본으로 귀국할 당시 “경복궁 일부 건물을 철거해 이전했다”며 “1942년 태풍으로 건물이 파괴되었으나, 철거 작업을 했던 직원이 편액을 보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확한 반출 경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라이엇게임즈, 왜 한국 문화재 환수를 돕고 있을까?
이번 선원전 편액 환수는 라이엇게임즈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라이엇게임즈가 한국 문화유산 환수를 위해 기여한 일곱 번째 사례다.
라이엇게임즈는 2012년부터 국가유산청과 협약을 맺고 문화재 보호 및 환수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석가삼존도(2014년),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 책봉 죽책(2018년), 척암선생문집책판(2019년), 백자이동궁명사각호(2019년), 중화궁인(2019년), 보록(2022년) 등 총 여섯 건의 유산을 국내로 들여왔다.
이번에 환수된 경복궁 선원전 편액은 오는 27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유산, 더 찾을 수 있을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한국의 문화유산은 수많은 경로로 해외로 반출됐다. 이번 사례처럼 일본, 유럽, 미국 등지에서 우리 문화재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지만, 되찾는 과정은 쉽지 않다.
이번 선원전 편액 환수가 또 다른 유물 환수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그리고 더 많은 한국 문화유산이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